보건복지부는 '연명의료결정제도' 시행 3년 6개월 만에 19세 이상 성인이 자신의 연명치료 중단이나 호스피스에 대한 의사를 사전에 밝히는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 등록 건수가 100만 56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임종 과정에서 치료 효과가 없는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 착용, 항암제 투여 등의 연명치료를 중단하겠다고 결정하는 내용을 작성한 문서이다. 연명의료결정제도는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도록 환자 본인이나 가족에게 선택권을 주고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제도적으로 마련되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김할머니사건"이 배경에 있다.
76세의 김 할머니는 폐암 발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를 진행하던 중 갑작스럽게 의식을 잃고 소위 ‘식물인간상태’에서 인공호흡기와 같은 생명연장장치에 의존해 중환자실에 누워계시게 되었다. 가족들은 생전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할머니의 뜻을 전하며 인공호흡기를 제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병원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소송을 하였다. 그 결과 대법원은 환자가 회복 불가능한 사망단계에 진입하였고,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환자의 의사를 추정할 수 있는 경우라면 해당 환자에 대한 연명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연명의료결정법은 "김할머니사건" 이후 2016년 2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단계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되었고, 이 법에 따라 연명 의료결정제도가 2018년 2월 4일부터 시행되었다. 지금까지 의향서를 제출한 환자 가운데 16만 9천217명은 실제 연명치료 중단으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집계된다.
한국인 76.2%, 의료기관에서 사망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죽기 전 나의 삶의 마지막을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기회이다.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의료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하지만 그 누구도 죽음은 피할 수 없다. 2016년 우리나라 총 사망자 28만명 중 75%인 21만명이 병원에서 사망했다. 암을 비롯해 심장·뇌혈관 질환, 폐렴, 알츠하이머 등 주요 질병으로 숨지는 사람이 3명중 2명이며 병원에서 사망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의학적으로 소생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황에서도 생명연장을 위한 다양한 시술과 처치를 받으며 남은 시간의 대부분을 보냈다.
윤씨는 병원에 와서야 정작 묻지 못한 게 있었다는 걸 알았다.
“양복이나 양말 같은 건 안 챙겨놔도 닥치면 장례 치를 수 있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엄마가 닷새 전에 섬망(환각·초조함과 떨림 등이 자주 나타나는 상태)이 왔는데 섬망 오면 오래 못 간다고 하더라고요. 엄마가 정신이 있을 때 물어봤어야 하는 걸 못 물어봤어요. 집에 가고 싶었을 수도 있는데….
우리 엄마는 어디서 죽고 싶었을까요?" - 존엄하게 죽기 어려운 나라
당신이 원하는 마지막은 어떤 모습인가? 언제 일어날지 모르기에, 당신이 원하는 마지막이 어떤 모습일지는 살아있을 때 결정해야 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작성은 19세 이상의 성인부터 가능하며 건강여부는 상관이 없다. 근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는 병원이나 보건소에 신분증을 지참하여 방문하면 된다. 국민연명의료관리기관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말기환자나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로 진단 또는 판단을 받은 환자에 대해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되어 있는 의료기관에서 담당의사 및 전문의 1인이 작성하는 연명의료계획서도 있다.
환자의 가족은 국민연명의료관리기관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기록에 대한 열람을 요청할 수 있다. 기록열람신청서를 작성하고, 신분증 사본 및 가족관계증명서를 첨부하여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열람을 요청하면 된다. 환자 본인이 환자가족의 열람을 허용하지 않은 경우에는 가족의 기록 열람 요청을 거부할 수도 있다.
작성 후 실제로 연명의료를 받지 않으려면 다음과 같은 절차가 있다.
1. 담당의사와 전문의 1인에 의해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한 상태에 있는 환자라는 판단을 받는다.
2. 환자 또는 환자가족이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를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담당의사(환자가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의학적 상태인 경우) 또는 담당의사 및 전문의 1인(환자가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의학적 상태인 경우)의 확인이 있어야 한다.
3. 해당 환자에 대한 시술이 더 이상 치료효과가 없다는 의학적 판단과 환자도 더 이상 치료를 원치 않는다는 요건이 동시에 갖추어지면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을 수 있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